하브로그 Havlog

4월2일부터, 컴퓨터 공학과 코딩에 대해서 공부중이다.
문과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이 6년 연속 '과학자'였고, 중학교 때 까지는 수학이 특기(나름 올림피아드나가서 상도 탔다), 과학이 취미(잡지'과학소년'의 애독자이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및 온갖 과학관련저서 매니아였다)였던 나에겐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였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특히 극도로 외우는 걸 싫어해서 공식만 외우고 이해하면 땡인 수학은 좋아했지만, 단어부터 시작해서 외울 것 투성이인 영어는 정말 싫어했다.. 심지어 이과가면 대학가서 원서로 공부한다는 소리듣고 문과로 왔다...)

물론 이 흥미가 단순히 위와 같은 전적? 들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아래와 같은 이유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1. 그동안 계속 공부해왔던 분야에 실증이나서?
2. 그러다보니 '새로운 것'이라는 사실에 흥미가 생겨서?
3. 혹은 정말 내 취향의 학문이라서?
물론 복잡계속에 살아가는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내 마음을 모르지만, 일단 2주 정도 지난 지금까진 이 분야의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악필이지만 영어는 그나마 잘쓰는 편. 초반에 "학생(배우고자 한다면 학교 안다녀도 학생)은 샤프지!" 하고 깝치다가 후회하고 chapter7부터는 펜으로만 필기 했다. With 제일 좋아하는 디자인의 문구인 Lamy Safari.

그렇게 2주차까지 성공적으로 진행을 해오다보니,
슬슬 뇌 메모리에 감가상각 시즌이 올 때가 되어 복습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는 보통 복습을 진행 할 때, 블로그에 글을 쓴다.
시간이 없고 시험을 위한 공부일 때는 요점정리를 정말 내가 생각한 엑기스만 추려서 정리를 하고,
진짜 이해와 학습을 위한 공부를 할 때는 블로그에서 이 글을 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식으로 글을 쓴다.
(하지만 누가 진짜 보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도망옴.)

크 생각방식이.. 왠지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케빈

이스라엘에서 많이 쓰는 '하브루타'라고 하는 방법인데, 나도 동의한다.
예전부터 주먹구구로 외우는 식의 공부가 너무 싫어서 "아니.'이해'를 못하는데 그냥 무작정 외우기만 한다고 이해가 되나?" 라고 말하며 학원에서도 도망갔던 나로서는,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있어서는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배움의 효율은 정말 나빠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외워야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도 계속해서 사용하다보면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휴)

'남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격하라'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아느냐 모르냐에 대한 문제에 있어선 확실히 엄격해야 한다. 말로 못하면 모르는 거다.

이런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 사실 '하브루타'식으로 누군가에게 강의하면서 복습하고, 온전히 공부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아쉽게도 강의할 상대가 없다.
그래서 나는 대신에 블로그에 내 글을 보는 아무개를 향해 설명하는 식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했다. Havlog 하브로그라고 하자. (하브루타 + 블로그. 블로루타는 어감이 안좋고, 기록이라는 의미가 있는 log가 씹힌다.후에 하브로그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이면 나를 기억하자.)

그리고 이왕 이렇게 블로그를 열심히 하기로 한 김에 컴퓨터 관련 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예전에 한번 쓰윽 읽었던 운동 책들을 제대로 정리하며 복습해볼까 싶어서
운동조절 과 운동학습(A Multilevel Approach to the Study of Motor Control and Learning)을 꺼내들었다.

한창 운동학습에 꽂혀서 구입했던 책. 나름 내 추천으로 산 사람도 있다.

이전에 밑줄 쳤던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한번 내용을 정리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순수할당 시간만 거의 3~4시간이 후딱 지났다.
이 블로그에 복습및 정리 글을 쓰는 행위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1. 간만에 글을 쓰려니 글이 잘 안나와서.
2. 설명하듯 글을 쓰려다보니 핵심을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디테일이 무엇인지 고르느라.
3. 이스라엘 친구가 한 말처럼, 나름 머릿속으로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4. 뇌의 가소성때문에
5. 세상에 공부외의 유혹이 너무 많아서
등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마 모두 일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늘 할려고 마음먹었던 일중에 몇가지를 못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들은

1. 복습을 통해, 심지어 설명하듯 쓰려 했기에, 오늘로 내 뇌에 이 지식이 더 각인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2. 당시에 이해했는지 애매했던 부분들이 나의 하브로그로 인해서 명확하게 이해되어 왔기 때문에.
3. 이렇게 남겨둔 글이 이후에 다시 멍청해진 나를 빠르게 이해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에.
4. 최근 배운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현대로 올수록 발전해나가는 모습과, 연구자들이 motor control에 대해 연구하며 조금씩 밝혀낸 이론이 닮은 모습을 보여, 무언가 감명을 가져다주고, 후에 서로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때문에.
5. 이렇게 설명하듯 글을 쓰다보니 나름 그동안 하지못했던 '집중'을 하게 되고, 집중을 하다보면 흔히 스포츠에서 "Flow"라고 부르는 상태가 되어 시간이 압축되어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6. 혹여 검색의 검색 끝에 이 은벽한 곳까지 찾아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약간의 기대감 때문에.

일단 지금 즐거우니 이것저것 써 볼 예정이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도 즐거움을 주지만,
단순히 노트에 써놓으면 아무도 볼 수 없을 글을,
사람들이 으레 볼 수 있을만한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군가 유입되기에는 힘든 이 블로그에 쓰는 행위는,
이후 혹여나 방문할지 모르는 객인에게 남들은 모르는 감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발견되기 싫으면서 발견되고 싶은 약간의 이물스러운 감정 때문에 오히려 더 재밌다.